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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FE Texas Steakhouse Meals at Home 4

Meat marketer 2025. 5. 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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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FE Texas Steakhouse Meals at Home 4

 

DRY AGING BEEF

 

 

스테이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스테이크란 단순히 부드럽기만 해선 안 된다. 풍미가 깊고, 진한 소고기 본연의 맛이 나야 하며, 흙내음이나 짐승고기 특유의 향, 단맛까지 복합적으로 느껴져야 한다. 씹을 때는 입안 가득 육즙이 터지되, 이빨로 눌렀을 때 적당한 저항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완벽한 스테이크는 흔치 않지만, 아주 가끔 운 좋게 만나게 된다.

그런데 상상해보자. 그런 고기의 모든 장점이 한두 단계가 아니라, 몇 배로 증폭된다면? 훌륭한 소고기 맛을 농축시킨 것처럼 진해지면서도, 그 안에 송로버섯, 팝콘, 버섯, 간장, 블루치즈 같은 이차적·삼차적 풍미가 함께 퍼지는 고기. 말 그대로 최고도로 집중된 우마미의 향연, 그게 바로 잘 숙성된 소고기의 매력이다. 세상에 이와 같은 경험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숙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스테이크하우스처럼 1~2주 정도만 건조 숙성(dry-aging)을 하지 않는다. 보통 21일 숙성 정도로 마무리하는 곳도 많지만, 우리에게 평균 숙성 기간은 45일이고,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100일, 150일, 심지어 240일(8개월)**까지 숙성된 고기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400일 숙성 고기도 실험하고 있다. 이런 극한의 숙성은 우마미의 경지를 넘어 감각을 마비시키는 깊이에 도달하는 경험이다. 단, 이를 실현하려면 엄청난 인내심, 정밀한 기술, 돈,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고기 숙성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인류 문명 초기부터 고기는 숙성되어 왔다. 다만 지금처럼 정밀한 기술과 설비는 없었기에, 방식은 달랐다. 음식 과학자이자 『On Food and Cooking』의 저자인 해럴드 맥기(Harold McGee)에 따르면, 1800년대에는 “쇠고기와 양고기 부위를 며칠, 때로는 몇 주 동안 실온에 그냥 둔 채 바깥쪽이 말 그대로 썩을 때까지 보관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 과정을 **‘모르티피카시옹(mortification, 부패화)’**이라고 불렀고, 당대 최고의 셰프는 “가능한 한 끝까지 숙성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겉의 썩은 부분을 잘라내면, 속의 고기가 훨씬 더 부드럽고 풍미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도축되는 동물은 대부분 오늘날의 가축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자유롭게 뛰어다녔기에 지금보다 훨씬 질기고 강한 맛을 지녔다.

내가 처음으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강렬함을 제대로 느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수년 전 한 요리 콘퍼런스에서 셰프 데이비드 버크(David Burke)가 50일간 숙성시킨 갈비립 전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장면을 보았다. 숙성을 거치며 수분이 빠져나간 고기는 밀도감 있고 부드러운, 독특한 질감을 가지게 된다. 그는 고기를 구운 후 충분히 휴지시켰는데, 놀랍게도 그 고기에서는 육즙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압도적인 밀도감과 부드러움, 깊고 농축된 풍미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의 기억은 내게 지워지지 않는 인상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Knife를 열 기회를 얻었을 때, 나는 진정한 드라이에이징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손님들에게 새로운 고기의 경험을 제공하고, 내가 찾고자 했던 맛의 극한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였다.

 

숙성의 방식과 열정

‘드라이에이징(dry-aged)’이라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이 용어가 진정한 의미에서 미식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이 트렌드의 선두주자였던 곳 중 하나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카르네비노(Carnevino)**다. 2008년 문을 연 이후, 마리오 바탈리(Mario Batali)와 애덤 페리 랭(Adam Perry Lang)은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수준의 고기 숙성을 실험해왔다.

나 역시 내 스테이크하우스에 특별한 무언가를 가져오고 싶었다. 그래서 마리오와 애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방문해서 그들의 방식이 어떤지 배울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기꺼이 수락했고, 나는 그들에게서 숙성 프로그램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 지금 Knife의 숙성 고기 프로그램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 이후 나는 거기에 나만의 색을 더하고 있다. 드라이에이징한 푸아그라, 돼지고기 같은 단백질도 함께 시도하면서 말이다.

사실 식당 하나 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고기로 가득 찬 숙성고를 갖추고 시작한다면 그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투자’다. 보통 새로운 레스토랑을 시작할 때 큰 비용이 드는 항목 중 하나가 와인셀러다. 와인은 저장도 해야 하고, 재고도 필요하다. 그런데 와인의 장점은, 잘 보관만 하면 알아서 숙성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게다가 계획이 바뀌면 와인을 팔아서 어느 정도 이익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소고기 숙성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진입 장벽 자체가 훨씬 높다. 먼저, 정밀하게 제어 가능한 숙성고를 만들어야 한다. 온도, 습도, 공기 흐름까지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경우에는 **처음부터 5만 달러(약 7천만 원)**가 들었고, 그만큼 매장 내 테이블 공간도 줄여야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테이크하우스들은 숙성을 외부에서 위탁하는 것이다.

그다음엔 수만 달러어치의 고기를 냉장고에 채워 넣고 운에 맡겨야 한다. 만약 숙성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면, 그 고기는 이익은커녕 전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실제로 숙성 고기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Knife를 처음 알릴 때 우리는 작은 언론 행사 하나를 열었다. 그때 카르네비노 측에서 240일 숙성된 '리제르바(riserva)' 스테이크 3점을 선물로 보내줬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스태프에게 직접 요리해주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고기를 다루게 될지를 미리 체험시켰다. 나머지 두 개는 기자들에게 슬라이스해 제공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한 입 베어 문 순간 눈빛이 확 바뀌는 걸 직접 보았다. 그 순간, ‘우리는 괜찮을 거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드라이에이징이 작동하는 방식

소고기에서의 숙성은 치즈나 와인과 마찬가지로 풍미를 증폭시키고 식감을 매끄럽게 다듬는 마법 같은 효과를 낸다. 고기를 숙성시키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 지속적인 공기 순환이 유지되는 냉장 숙성고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숙성고는 화씨 36도(섭씨 약 2도), 습도 **40%**로 유지한다. 낮은 온도와 건조한 환경은 미생물과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해준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구조는 서서히 진행되는 화학 작용에 의해 물리적으로 변한다. 그 중심에는, 살아 있을 때 고기 조직을 움직였던 고유의 효소들이 있다. 음식 과학자 해럴드 맥기(Harold McGee)에 따르면, 동물의 세포가 죽어 더 이상 효소를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 이 효소들이 스스로 작용을 시작한다. 이때 고기 속 복합적인 화합물이 작은 단위로 분해되며, 그 과정에서 풍미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동시에, **칼페인(calpain)**과 **카텝신(cathepsin)**이라는 또 다른 효소들이 작용해 고기 속 근섬유를 서서히 분해한다. 이들은 고기를 질기게 만드는 결합조직까지도 분해하여, 그것을 부드럽고 풍부한 젤라틴으로 바꾼다. 이런 작용 덕분에 고기는 더 이상 수분을 쉽게 잃지 않게 되며, 질감은 부드럽고 육즙은 살아 있는 고기로 거듭나게 된다. 잘 숙성된 스테이크에서 보이는 젤라틴화(jellication) 현상은 바로 이 숙성의 가장 매혹적인 결과 중 하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고기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즙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우리는 6~8대 뼈가 붙은 리브랙(rib rack) 형태로 통째로 숙성한다. 이렇게 하면 고기의 양 끝 부분만 노출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분은 마르고 색이 변하지만, 내부는 효소에 의해서만 숙성되기 때문에 신선함이 유지된다.
또한 우리는 지방층(fat cap)을 그대로 남긴 채로 숙성하기 때문에, 이 지방이 고기 속 수분 손실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 주 동안은 수분 손실이 거의 없지만, 8~9개월 정도 장기 숙성을 하게 되면 최대 1/3의 중량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지만, 동시에 풍미와 식감이 응축되어 훨씬 강렬한 맛을 만들어낸다. 즉, 수분의 손실이 오히려 풍미를 더 진하게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이게 바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특별한 이유다.

 

 

맞다, 숙성 고기는 비싸다. 우리 메뉴에서 가장 저렴한 스테이크보다 확실히 가격이 높다.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이 고기의 맛이 너무도 강렬해서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많이 먹을 수 없고 먹고 싶지도 않게 된다. 240일 숙성된 고기를 몇 입만 먹고 나면 스스로 배가 부르고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이건 꽤 인상적인 일이다.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는 건 단순히 양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일, 150일, 240일 숙성 고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러 부위를 골라 테이블에서 나눠 먹는 걸 추천한다. 장기 숙성 고기는 그만큼 강렬한 맛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240일 숙성 고기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매력이 있지만, 내 생각에 최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점은 150일 숙성이다.


집에서 고기를 숙성할 수 있을까?

집에서 고기를 숙성하는 데는 분명 몇 가지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꽤나 설득력 있는 단점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장단점은 이렇다.


 장점

무엇보다 가격 절감이다. 온라인이나 드라이에이징 고기를 파는 동네 정육점에서 숙성 스테이크를 사려면 보통 파운드당 30달러 이상은 기본이고,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뼈가 붙은 리브아이를 한 덩이 사면 무게가 1.5~2파운드 정도 되는데, 그 가격은 50~60달러 이상이 된다. 그 안에는 먹지 않는 뼈와 지방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직접 숙성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고기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숙성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조절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리 역동적인 과정은 아니지만, 스스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숙성 기간과 맛을 찾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오래 숙성한 와인을 손님에게 꺼내 보여주듯, 직접 숙성한 고기를 자랑하는 경험도 특별하다.


단점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인 여건’, 즉 장비와 공간 문제다. 집에서 사용하는 일반 냉장고로는 숙성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주 문을 여닫게 되고, 안에 들어 있는 다른 음식들이 다양한 미생물을 발생시켜 숙성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 숙성 전용 냉장고가 별도로 필요하다. 고기 여러 덩어리가 서로 닿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공기 순환을 위한 팬도 장착해야 한다. 숙성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최소 40~45일 이상은 돌려야 한다.

여기에 습도 조절 장치까지 추가해야 하니,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작은 미니 냉장고(예: 기숙사 냉장고)를 개조하더라도, 통갈비 한두 덩이 정도밖에 못 넣는다. 만약 일반 크기의 냉장고를 사용한다면, 전기요금이나 공간 부담이 상당하다. 그만큼 고기를 숙성시켜서 모두 먹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엔 홈 소비자를 위한 전용 숙성 장비도 시장에 나오고 있긴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공간도 차지한다.

결국, 이런 투자와 노력이 정말 본인에게 필요한지, 장기 숙성 고기를 얼마나 자주 먹을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천상의 페어링

붉은 고기에는 붉은 와인이 어울린다는 건, 굳이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상식처럼 여겨진다. 스테이크하우스의 대부분 테이블에서 레드 와인을 주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미국인이 소고기를 사랑하는 문화가 나파 밸리(Napa Valley)를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스테이크를 먹을 땐, 당연히 진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곁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보통의 스테이크라면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100일, 150일, 240일 숙성된 고기처럼 강렬하게 숙성된 고기에는 그 공식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런 고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마법 같은 페어링이 **카베르네도, 심지어 레드 와인도 아니고 바로 화이트 버건디(White Burgundy)**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산 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샤르도네 품종(Chardonnay)**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을 숙성된 스테이크와 함께 먹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펼쳐진다. 그리고 한 번 그 조화를 맛보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화이트 와인이 고기랑 어울린다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조합은 여러 층위에서 절묘하게 작동한다.

먼저 기억하자. 장기 숙성 스테이크는 단 몇 입만으로도 포만감을 줄 만큼 진하고 강렬하다. 육즙이 넘치고, 밀도감이 높으며, 향미가 아주 복합적이다. 물론 여기에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이 스테이크를 한 입 먹고 나면, 그다음으로는 강렬함을 보완해 줄 대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입을 정돈해 줄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화이트 버건디는 풍미가 풍부하면서도 밝고 가볍고, 산미가 뛰어난 와인이다. 스테이크의 농도 짙은 풍미와 육즙을 머금은 입안을 산뜻하게 정화시켜 준다.

게다가 화이트 버건디는 레몬, 헤이즐넛, 크림, 버터 같은 향미를 지닌다. 이 풍미들이 스테이크 숙성을 통해 생겨난 버섯, 팝콘, 은은한 블루치즈 같은 향과 놀랍도록 잘 어울린다.

나는 이 조합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지금까지 고기에는 무조건 레드 와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 번쯤 화이트 버건디를 곁들인 숙성 스테이크를 시도해볼 때다. 정말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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