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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정보

왜 ‘보스턴 버트(Boston Butt)’라고 부를까?

by Meat marketer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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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스턴 버트(Boston Butt)’라고 부를까?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설명에 따르면, 이 명칭은 과거 운송 방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Mental Floss》라는 매체에 따르면 식민지 시절 뉴잉글랜드의 정육업자들이 덜 귀한 돼지고기 부위들을 '버럴(barrel)'이라 불리는 나무통에 담아 다른 지역으로 보내던 관행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 통이 ‘butt’라고 불렸고, 이 부위가 뉴잉글랜드의 특산물로 여겨지면서 ‘Boston butt’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이 이야기는 《뉴욕 타임스》를 포함한 여러 유력 매체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의심이 든다. ‘운송용 용기 이름’을 따서 이름 붙은 다른 식품이 또 있을까? 역사적으로도 이 설명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18세기 당시 돼지고기 무역의 중심지는 뉴잉글랜드가 아니라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였고, 이후 1830년대에는 신시내티, 그리고 그 후에는 시카고가 중심지가 되었다.

나는 이 용어가 식민지 시대나 남북전쟁 이전 문서에 등장한 사례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보스턴 버트’라는 용어는 19세기 후반, 철도 교통이 발전하면서 지역 중심의 육가공 산업이 전국화되던 시기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미국 각지의 도축업자들은 돼지나 소를 각 지역 고유 방식으로 해체했는데,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전국 유통을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지역명을 붙인 다양한 고기 부위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세인트루이스 스타일 갈비 등 다양한 지역명이 붙은 고기들을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 《Kansas City Sun》은 육가공업계에서 사용되던 다양한 명칭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표준 스위트 피클 햄과 숄더, 뉴욕 숄더, 보스턴 숄더, 캘리포니아 햄, 껍질 벗긴 햄, 절인 삼겹살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있다.”

20세기 초 농업 저널과 고기 해체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숄더’는 다리뼈를 무릎 위에서 절단하고 깔끔하게 다듬어 사각 형태로 자른 부위였다. 한편 ‘캘리포니아 햄’은 사실 햄이 아니라, 햄 모양에 가깝게 둥글게 손질한 숄더 부위였다. 이 부위는 또 다른 이름으로 **‘피크닉(picnic)’**이라고 불렸으며, 이는 지금도 돼지 어깨 아랫부분 부위의 표준 명칭으로 사용된다. (‘피크닉’이라는 명칭이 왜 생겼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농업 매뉴얼에서 사용된 ‘butt’라는 단어의 쓰임을 보면, 보스턴 버트라는 명칭이 운송 통(barrel)과는 무관했음을 알 수 있다.
**총기의 뒷부분(butt of a rifle)**이나 **담배 꽁초(cigar butt)**처럼,
‘butt’는 원래 ‘어떤 것의 큰 끝 부분’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단어였다.
즉, 보스턴 버트는 **돼지 어깨 부위의 ‘두껍고 큰 쪽 끝’**을 뜻하는 이름이었고,
‘보스턴’은 단지 이 부위가 해당 지역에서 자주 손질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었다는 해석이 더욱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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