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고기 공급원
돼지고기는 고대 로마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였다. 모든 연회에는 돼지고기 요리가 메인 요리로 등장했다. 로마인들은 돼지고기를 가장 건강하고 소화하기 쉬운 고기로 여겼다.
또 모든 음식 중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은 음식으로 생각했다. 돼지와 인간의 살은 맛과 냄새가 비슷해서 인간의 살을 돼지고기라고 의심하지 않고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햄과 소시지를 먹었다. 당시 햄과 소시지는 프랑스지역에서 수입했다. 로마의 귀족들은 미식을 위해 돼지에게 곡식이나 무화과, 꿀을 넣은 포도주를 먹여서 비육했다.
떡갈나무 숲이 우거진 고대 프랑스는 돼지를 키우기에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고대 프랑스인들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잔치 때 많이 먹었다.
가을이 끝날 무렵이면 옛 유럽의 농민들은 겨울 동안 얼마나 많은 가축들을 키워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유럽은 사료작물이 풍부하지 않아 겨울철에는 가축들을 키울 수 있는 사료가 없었다. 소나 말은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에 겨울철 사료를 확보해서 키웠지만 많은 수의 돼지는 도축했다.
옛날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소시지를 만들었다. 소시지는 겨울철 저장식품으로 보존성이 높고 맛이 좋아 유럽에서는 지금도 돼지고기의 70%를 햄과 소시지로 먹는다.
날씨가 선선한 11월이나 12월에 주로 돼지를 도축했는데 신선한 고기는 며칠 내 바로 먹고, 나머지는 햄과 소시지 그리고 베이컨(염장 돼지고기)으로 가공해 보존기간을 늘려서 저장했다.
냉장기술이 발명되기 이전 신선한 돼지고기는 철저히 겨울철에 먹는 계절 음식이었다. 소시지는 가난한 유럽인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돼지, 19세기까지 숲ㆍ거리에서 방목]
수 세기 동안 돼지는 유럽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기 공급원이었다.
중세 초기 영국에서는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농가가 숲에서 돼지를 방목해 키울 수 있었다. 돼지들은 숲에서, 길가에서, 그리고 심지어 도시 거리에서도 먹을 것을 찾아 먹고 스스로 컸다.
가난한 도시 거주자들은 19세기까지 돼지를 계속해서 잘 키웠다. 나폴리와 같은 도시들은 돼지들이 거리를 청소했다.
품질에 대해 좀 더 까다로웠던 사람들은 돼지를 가둬서 집이나 정원에서 찌꺼기를 먹였다. 전문 양조업자나 집에서 맥주를 양조하는 많은 농민들은 맥주를 뺀 후 남은 술지게미로 돼지를 키웠다.
또 치즈를 만들 때 남은 부산물로도 돼지를 키웠다.
사실상 산업혁명 전까지 돼지를 키우는 데에는 별 비용이 들지 않았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베리코> 돼지는 옛날 유럽에서 하던 사육방식 그대로 키우는 것이다.
당시 유럽 여러 나라의 돼지들은 다 숲에 방목돼 가을철이면 자유롭게 도토리를 배불리 먹고 살을 찌웠다. 그리고 초겨울 도축돼 겨울철 저장 식량으로 이용됐다.
이? 옛날의 돼지 사육방식은 유명한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 나오는 ‘돼지는 되새김을 하는 동물들과 달리 풀이나 짚과 같은 거친 섬유질 먹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밀이나 옥수수ㆍ감자ㆍ콩 등을 먹여 키워야 해 인간과 먹이가 같아서 돼지고기를 금기하였다’는 주장과는 매우 다르다.
대만에는 “가족이 3명이면 돼지 한 마리, 가족이 5명이면 돼지 두 마리를 키울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돼지는 청소 동물로 인간의 배설물이나 그 밖의 농가 부산물, 전나무 숲에서 도토리나 풀을 먹고 거의 스스로 컸다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돼지에게 곡물 사료를 먹여서 키운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육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던 돼지는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거의 유일한 육류 공급원이었다. 영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염장한 베이컨을 겨울 내내 말린 콩과 함께 요리해 먹었다.
소는 낙농이나 역우로 사육됐다. 10년 이상 일을 하거나 젖을 짜고 늙어야 도축되므로 고기가 질겼다.
구하기도 어려웠다.
돼지고기는 유럽에서도 왕실 메뉴나 고급 요리책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조선 시대 양?집의 요리책에도 돼지고기 요리가 잘 보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돼지고기는 유럽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고기로 인식됐다. 단 생후 3주에서 4주 내외의 어린 새끼돼지 요리는 사치스러운 고급 요리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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