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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마케터 김태경박사 칼럼

야생동물의 가축화

by Meat marketer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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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의 가축

 

 

역사는 하나의 무기다.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난 1만 년동안 소와 돼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고기의 역사를 통해 알아보고, 앞으로 어떤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더해질지 고민해 본다. 글 김태경(식육마케터)

 

 

소ㆍ돼지는 어떻게 우리 곁에 있을까?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는 수렵·채집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삶의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미 개는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인류와 같이 생활해 왔다.

양·염소·돼지·소 모두 지금은 고기·유제품·가죽 등 사람들에게 많은 자원을 공급해 주고 있다.

이들이 가축화된 건 이 필요조건을 만족해서지만 단순히 자원과 음식이 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당시에는 사냥을 통해서 단백질을 공급받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야생동물들은 가축이 돼 우리 곁에 있을까.

[동물별 가축화 이유 달라] 영국의 유전학자 프란시스 골턴에 따르면 가축이 되기 위한 야생동물의 필요조건은 ▲튼튼해야 한다

▲천성적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해야 한다

▲생활환경에 대한 욕구가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

▲고대인들에게 유용성이 커야 한다

▲자유롭게 번식이 가능해야 한다

▲사육이나 관리가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로 가축이라는 ‘livestock’을 그대로 풀어보면 ‘live+stock’ 즉 살아 있는 저장품이라는 뜻이다. 야생의 동물들이 가축화된 건 사람들이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먹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양·염소·소가 가축화된 건 종교적인 이유가 더 크다. 양과 염소는 작아서 가축화가 쉬웠다. 월식과 일식 같은 자연현상에 제사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미리 제물을 준비하기 위해 야생의 가축을 잡아서 기르기 시작했다.

돼지는 달랐다. 돼지는 스스로가 사람들이 있는 거주지 주변에 내려와 사람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쓰레기와 인분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을 했다.

아마 돼지는 정해진 곳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어서 거주지 주변의 쓰레기들을 먹고 일정한 장소에 배설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작물이 잘 자라는 걸 사람들이 우연히 발견하고 돼지에게는 퇴비를 생산하는 주요 역할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돼지가 뱀 등 파충류에 물려도 죽지 않고 오히려 뱀 등 파충류를 잡아먹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뱀 등 파충류가 집 안으로 들어와서 해를 끼치는 것을 돼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방지했다.

한자의 ‘집 가(家)’를 풀어보면 ‘집(宀)’인데 ‘돼지(豕)’를 기르는 곳을 의미한다. 흔히 인류의 가축화는 극동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돼지는 극동지역은 물론이고 중국 등 지구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축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이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역사에 대해서는 남한과 북한 학자들 간 이견이 있다. 한반도에는 유일하게 자생하는 야생멧돼지가 있어 유적에서 발견되는 뼈가 가축화된 집돼지 뼈인지 사냥해서 잡아온 멧돼지 뼈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한 학자들은 약 2000년 내외로 가축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북한 학자들은 기원전 2000년에서 1000년 사이에 가축화됐을 것으? 보고 있다.

이런 차이는 어쩌면 북한지역의 돼지 사육방식이 한반도 남쪽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희생(犠牲)’이라는 두 한자 모두 ‘소(牛)’가 있다] 소의 조상은 야생 오록스인데 오록스의 크기는 지금 인류가 사육하는 그 어떤 소보다도 컸다. 현재 멸종된 오록스는 1.8m의 높이였다. 무게도 1t이 넘었다.

그런 소를 단순히 고기와 유제품 그리고 가죽을 얻기 위해서 인류가 가축화했을까? 야생 오록스의 고기는 인류에게 매력적이었겠지만 덩치가 큰 야생의 오록스를 가축화시키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단순히 고기만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인 목적이 더 컸다.

인류학자 에두아르 한은 풍요의 상징인 ‘달’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던 사람들이 소의 뚜렷하게 구부러진 뿔 모양이 초승달을 연상시켜 제사의 희생으로 소를 가축화시켰다고 봤다.

지금도 인도의 힌두교에서 소를 우주의 어머니로 여기는 걸 보면 소가 가축화된 건 제사의 희생으로 쓰기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우유는 신이 준 선물로 받아들였고 축력은 이동과 농사에 활용했다. 아마 가축화된 소를 완전히 길들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해 기원전 4000년경부터 이동수단으로 소가 이용되고, 그 다음 우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가장 오래된 품종의 소는 이탈리아의 <치아니나>다. 인류가 쇠고기에 관심이 커진 건 아마도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고려 후기, 몽골 간섭기 이후 쇠고기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우리 민족이 소를 키우기 시작한 건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던 기원전 2000년경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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