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기 정보

The Big Fat Surprise - Why Butter, Meat & Cheese Belong in a Healthy Diet 2.Why We Think Saturated Fat Is Unhealthy

by Meat marketer 2025. 5. 6.
반응형

The Big Fat Surprise - Why Butter, Meat & Cheese Belong in a Healthy Diet

 2.Why We Think Saturated Fat Is  Unhealthy

2. 왜 우리는 포화 지방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는가?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은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마치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믿음 또한 어느 순간, 특정한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된 하나의 과학적 가설에서 비롯되었다.

포화지방이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가설은 1950년대 초, 미네소타대학교의 생물학자이자 병리학자였던 안셀 키스(Ancel Benjamin Keys)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그의 연구실에서는 질병의 초기 징후를 찾기 위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당시 미국에서는 심장병이 급증하며 가장 시급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절박함과 공포 속에서 원인을 찾고 있었고, 중년 남성들이 골프장이나 사무실에서 갑작스런 가슴 통증으로 쓰러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의사들은 그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기존에는 혈관이 나이를 먹으며 서서히 좁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의학은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관점이 우세했다. 그러나 키스는 심장병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 주장했다. 마사이족처럼 심장병 발생이 드문 사례에서 그는 심장병이 인간의 보편적 운명이 아니라는 점을 관찰했고, 미국 공중보건국이 단순히 결핵 같은 전염병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말고, 만성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스는 독립적이고 비타협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다. 190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독립심이 강했다. 십대 시절에는 아리조나로 히치하이크 여행을 떠나 박쥐 배설물을 채취하는 비료 회사에서 일했고, 대학 진학 후 1년 만에 흥미를 잃고 중국으로 향하는 선박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세계를 누볐다. 그의 동료 헨리 블랙번은 키스를 “직설적이며 비판적이고 총명한 사람”이라 표현했고, 다른 동료들은 “오만하다”, “가차 없다”는 평가도 남겼다. 그는 버클리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3년 만에 마쳤고, 이후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추가로 취득했다.

1933년, 그는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서 열흘간 고산 환경이 자신의 혈액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면서 인간 생리학에 대한 깊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굶주림 연구를 수행하며 미군의 K-레이션(K-Ration)을 개발했고, 여기서 K는 키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심장병 연구에 매진하며, 이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장병 논의의 핵심에는 항상 콜레스테롤이 자리해 왔다. 노란색 왁스 형태의 이 물질은 모든 세포막의 필수 구성요소이며, 성호르몬 대사와 뇌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콜레스테롤은 죽상경화성 플라크의 주요 성분으로도 발견되어, 심장병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플라크가 동맥을 좁히고 결국 혈류를 차단하면서 심장마비를 유발한다는 이론이 당시에는 널리 받아들여졌다.

 

심장 질환의 발병 과정은 실제로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초기에는 콜레스테롤 축적이라는 강력한 이미지가 대중보건 영역에서 가장 해로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 분야의 초기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 제레마이아 스탬플러(Jeremiah Stamler)는 콜레스테롤을 “생물학적 녹”이라 표현하며, “녹이 물 파이프 내부를 막듯이 혈류를 차단하거나 느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콜레스테롤이 동맥을 “막는다”고 표현하며, 마치 뜨거운 기름이 찬 배수구에 쏟아져 굳는 이미지와 비교하곤 한다. 이러한 생생하고 직관적으로 보이는 설명은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지만, 과학은 점차 이것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심지어는 부정확한 설명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콜레스테롤이 심장 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는 최초의 단서는 19세기 후반, 혈중 콜레스테롤(‘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일부 아이들이 심각한 심장 질환 위험을 가진다는 보고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보고서 중 하나에 따르면, 한 어린 소녀는 11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아이들은 손이나 발목에 ‘잔토마(xanthoma)’라고 불리는 크고 울퉁불퉁한 지방 덩어리도 가지고 있었다.

1940년대 초에는 이러한 아이들이 드문 유전 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식단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나이가 든 사람들 또한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특히 눈꺼풀 등에 이러한 지방 덩어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은 혈청 콜레스테롤이 이들 축적의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지방 축적이 몸속 동맥 벽 안쪽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결국 심장마비로 이어진다는 가설이었다. 이 두 가지는 사실상 믿음에 가까운 추측이었지만, 그럴듯한 이야기였기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일부 학자들은 유전 질환으로 인한 축적과 평생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은 전혀 다른 기전일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이러한 우려는 콜레스테롤 가설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콜레스테롤과 심장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초기 증거는 동물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1913년, 러시아 병리학자 니콜라이 아니치코프(Nikolaj Anitschkow)는 토끼에게 대량의 콜레스테롤을 먹이면 동맥경화성 병변이 생긴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은 유명해졌고, 이후 고양이, 양, 소, 말 등 다양한 동물에게도 반복되었다. 이를 통해 달걀, 붉은 고기, 조개류 등 동물성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를 유발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당대에도 지적된 바와 같이, 토끼를 포함한 이들 실험 동물은 모두 초식동물이다. 이들은 본래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며, 그것을 대사할 생리적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 반면 개와 같이 육식 성향을 가진 동물에게 동일한 실험을 했을 때, 이들은 과잉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배출하는 능력을 보였다. 이는 인간과 비슷한 대사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였지만, 이미 콜레스테롤을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한 토끼 실험은 심장 질환 연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콜레스테롤 중심 가설은 견고해졌다.

1950년경에는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 질환 위험이 높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초기 대안 중 하나는 단순히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는 것이었다. 식단 속 콜레스테롤이 곧바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는 가정은 직관적으로도 설득력 있어 보였고, 1937년 컬럼비아대의 생화학자 두 명이 이 가설을 처음 제안했다. 달걀노른자 같은 음식을 피하면 체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가설은 오늘날에도 대중의 인식 속에 깊이 자리 잡았으며, 아마도 브런치 자리에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다’며 달걀 요리를 마다하는 손님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이론을 처음으로 반박한 사람은 바로 안셀 키스(Ancel Keys)였다. 그는 1952년까지만 해도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실험을 통해 자발적 참가자들에게 아무리 많은 콜레스테롤을 먹여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루 식단에 콜레스테롤을 최대 3,000mg까지 포함시켜도(참고로 달걀 한 개에는 약 200m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 효과는 ‘사소한 수준’에 그쳤다. 1955년까지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결론은 이후 다수의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의사 우페 라브스코브(Uffe Ravnskov)는 하루 달걀 섭취량을 한 개에서 여덟 개(약 1,600mg의 콜레스테롤)로 늘렸는데, 오히려 그의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했다. 그는 이 경험을 나중에 《한 회의론적 스웨덴 의사의 달걀 소비와 콜레스테롤 수치》라는 책의 한 챕터에 기록했다. 실제로 장기간 하루에 두세 개의 달걀을 섭취해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

또한, 매년 마사이족을 연구한 매너(Mann)는 이들이 우유, 고기, 피만으로 구성된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평균적으로 매우 낮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2년 발표된 이 주제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분석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단을 통해 많은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더라도 체내 콜레스테롤 생성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인체는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배출하듯,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메커니즘이 콜레스테롤 수치 역시 생물학적 시스템이 최적의 상태로 기능하도록 조절한다.

이러한 증거를 반영해 최근 영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의 보건 당국은 식이 콜레스테롤 제한 권고를 철회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건강한 사람들에게 하루 300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달걀 1개 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더 나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품에 ‘콜레스테롤 무첨가’ 표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콜레스테롤 무첨가 시리얼이나 드레싱을 보는 소비자들은 콜레스테롤이 여전히 건강상의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키스는 식이 콜레스테롤을 ‘무시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후, 연구자들이 다른 식이 요소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혈액 화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들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심장 질환 연구는 주로 단백질과 탄수화물에 초점을 맞췄지만, 1952년에 개발된 ‘기체-액체 크로마토그래피(gas-liquid chromatography)’라는 새로운 분석 기법 덕분에 다양한 지방산(지질이라 불리는)을 분리하고 그 생물학적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록펠러 대학교의 지질학자 피트 아렌스(E. H. “Pete” Ahrens)는 “잠자고 있던 지질 연구 분야가 마치 달로 날아간 듯한 급격한 도약을 이뤘다”고 묘사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몰려들었고, 연구 자금은 매년 증가했으며, 아렌스의 표현을 빌리면 “지질 연구는 마침내 ‘빅 타임’을 맞이했다.”

이 이미지는 **포화 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의 단순한 분자 구조를 보여준다. 설명은 다음과 같다:

  • 탄소(C) 원자들이 **단일 결합(single bonds)**으로 연결된 **직선형 사슬(chain)**을 이룬다.
  • 각 탄소는 수소(H) 원자로 포화되어 있으며, 가능한 최대 수의 수소와 결합되어 있다.
  • 이 구조는 **포화지방(saturated fat)**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불포화지방과 달리 **이중결합(double bond)**이 없다.

핵심 포인트 요약:

  • 포화 지방산은 이중결합이 없고, 모든 탄소가 수소로 "포화(saturated)"된 상태.
  • 주로 동물성 지방, 버터, 라드(lard)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1950년대에 피트 아렌스(Pete Ahrens)는 미국 최초의 가스-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실험실을 설립하고, 다양한 종류의 식이 지방에 대한 선구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지방의 기본적인 화학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방은 기본적으로 탄소 원자들이 사슬처럼 연결된 구조에, 수소 원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탄소 사슬은 길이가 다양할 수 있고, 서로 연결되는 결합 방식도 다를 수 있다. 지방산이 ‘포화(saturated)’인지 ‘불포화(unsaturated)’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바로 이 결합의 종류이다. 화학에서 **결합(bond)**은 두 원자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의미하는데, 그중 **이중 결합(double bond)**은 마치 두 원자 사이에 두 번 악수하는 것과 같은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

이중 결합은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진다. 첫째, 단일 결합보다 덜 안정적이어서 어느 한 손이 언제든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둘째, **탄소 사슬에 ‘꺾임(kink)’**을 만들어 이 사슬이 다른 분자들과 정렬되지 않고 비뚤비뚤해진다. 이러한 굽은 구조는 분자들끼리 조밀하게 뭉치지 못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상온에서 **기름 상태(오일)**로 존재하게 된다.

지방산 사슬에 이중 결합이 하나만 있으면 **단일불포화지방산(mono-unsaturated fatty acid)**이 되며, 이는 올리브유에 주로 포함된 형태다. 두 개 이상의 이중 결합을 가진 지방산은 **다불포화지방(polyunsaturated fat)**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말하는 식물성 기름(카놀라유, 홍화유, 해바라기유, 땅콩기름, 옥수수유, 면실유, 대두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은 이중 결합이 전혀 없는 상태로, 오직 단일 결합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우 모든 결합 자리가 수소 원자로 ‘포화’되어 있어, 새로운 원자와 결합할 수 없다. 또한 탄소 사슬이 곧고 직선 구조를 가지며, 분자들이 조밀하게 배열되기 쉬워서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한다. 버터, 라드(lard), 수에트(suet), 수지(tallow) 등이 대표적인 포화지방이다.

1950년대 당시 지질학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지방의 종류가 혈액,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있는 대사연구소(Institute for Metabolic Research)에서는 1952년, 동물성 지방을 식물성 지방으로 대체했을 때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극적으로 낮아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도,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달걀이나 우유 같은 유제품을 먹지 않는 사람들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낮다는 결과를 밝혔고, 네덜란드에서 수행된 채식주의자 대상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이미지는 **지방산의 종류(Types of Fatty Acids)**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표로, 각 지방산의 화학 구조상의 차이를 단순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해설:

1. Saturates (포화지방산)

  • 직선적인 지그재그 형태
  • 이중 결합이 없음
  • 모든 탄소가 수소로 "포화"되어 있어, 구조가 곧고 단단하게 배열됨
  • 상온에서 고체인 경우가 많음 (예: 버터, 라드)

2. Monounsaturates (단일불포화지방산)

  • 중간에 한 개의 꺾임(kink)
  • 이는 이중 결합하나 존재함을 의미함
  • 구조가 약간 비틀려 있어 덜 촘촘하게 배열
  • 올리브유처럼 상온에서 액체 상태

3. Polyunsaturates (다중불포화지방산)

  • 구조상에 여러 개의 꺾임(kink)
  • 이는 이중 결합이 두 개 이상 존재함을 나타냄
  • 분자들이 느슨하게 배열되어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
  • **식물성 기름류(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에 많음

이 그래프는 지방의 포화 정도가 분자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포화될수록 직선적이고 조밀하며 고체에 가까워지고, 불포화될수록 비틀어지고 액체 상태가 된다.


록펠러대학교의 아렌스(Ahrens)는 매우 철저한 연구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수행한 모든 실험에서 변수를 철저히 통제하려고 노력했으며, 피험자들을 대사병동에 입원시킨 상태에서 실험식을 섭취하게 했다. 이 식단은 일반 음식을 통한 영양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없애기 위해 액상 포뮬러(liquid-formula) 형태로 구성되었다.

그의 초기 연구에서, 버터와 코코넛 오일에 포함된 포화지방이 혈청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팜유, 라드, 코코아버터, 올리브유 순이었다. 반면, **땅콩기름, 면실유, 옥수수유, 홍화유(safflower oil)**를 섭취했을 때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더 정교한 기술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아렌스는 식이 지방에 따른 콜레스테롤 반응이 그렇게 일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마다 반응에 **상당한 이질성(heterogeneity)**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는 말년에 이 ‘이질성’의 발견을 자신의 가장 보람 있는 업적 중 하나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1950년대 당시 연구자들은 이러한 반응을 대부분 균일한 반응으로 간주했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장 크게 높이는 주범으로 포화지방에 집중했다.

식이와 질병의 연관성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 안셀 키스(Ancel Keys)도, 사실 처음부터 지방의 종류에 주목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식이 지방의 총량이 심장병 발병 위험을 더 잘 설명한다고 믿는 쪽이었다. 키스는 이와 관련한 연구를 미네소타의 한 정신병원에서 남성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했는데, 윤리적으로 논란이 많은 실험이었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지방 비율이 9%에서 24%까지 다양한 식단을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지방 비율이 낮은 식단콜레스테롤 수치를 다소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단 66명을 대상으로, 실험 기간도 2주에서 9주 사이에 불과했던 만큼, 결코 결정적인 결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키스 자신도 이후에 이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바꾸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스는 초기의 불완전한 실험 결과를 마치 확실한 진실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는 1954년 동맥경화 관련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식단에서 지방 칼로리 외에, 관상동맥 질환이나 퇴행성 심장 질환의 사망률과 이 정도로 일관된 관계를 보이는 생활 방식 변수는 없다.”

그는 식이 지방 → 혈중 콜레스테롤 → 심장 질환이라는 인과 관계를 확신에 찬 태도로 단정지었다.

1952년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 발표한 강연(후에 논문으로 출간됨)에서 그는 이 개념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이를 **‘다이어트-심장 가설(diet-heart hypothesis)’**이라 불렀다. 키스는 여섯 개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지방 섭취량과 심장병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이 그래프는 아이 성장곡선처럼 완만하게 위로 향하는 곡선이었으며, 이를 통해 그는 지방 섭취량이 0에 가까워질수록 심장병 위험도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1952년의 ‘점 잇기 그래프’**는 이후 수십 년간 지방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라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다.

심장병뿐 아니라 비만, 암, 당뇨병 등 수많은 질환들이 지방 섭취와 연결되었다는 믿음은, 안셀 키스가 심은 이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이 가설을 끈질기게 주장했고, 결국 영양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오늘날 점심에 기름기 없는 닭가슴살 샐러드를 선택하고, 저녁에는 스테이크 대신 파스타를 고르는 당신의 식습관은 모두 키스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영향력은 현대 영양학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 이미지는 **안셀 키스(Ancel Keys)**가 1952년에 발표한 유명한 그래프 중 하나로, 그의 **‘다이어트-심장 가설(Diet-Heart Hypothesis)’**을 시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제목:
Degenerative Heart Disease 1948–49, Men
(퇴행성 심장 질환 사망률, 남성 기준)

축 설명:

  • X축: 식이 지방(Fat Calories) 비율 (% of Total Calories)
  • Y축: 인구 1,000명당 사망률 (Deaths per 1000)

 주요 관찰점

  • 미국(U.S.A.): 지방 섭취 비율이 약 40%로 가장 높으며, 심장병 사망률도 가장 높음 (7명 이상/1,000명)
  • 일본: 지방 섭취가 10% 이하이고, 사망률도 거의 0에 가까움
  • 다른 국가들(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은 지방 섭취율과 사망률이 그 사이에 위치
  • 연령대(45–49세, 55–59세)를 구분해 표시함 (빈 원과 검은 원)

키스의 주장 요약

  • 지방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장병 사망률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제시
  •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그 결과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주장함
  • 이 그래프는 훗날 전 세계적으로 지방 섭취 제한 캠페인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음

 비판적 시각 (후속 연구에서 제기됨)

  • 키스는 수십 개국 중 6개국만 선택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선택 편향(selection bias) 문제가 있음
  • 같은 시기의 프랑스, 스위스, 서독 등은 지방 섭취량이 높지만 사망률은 낮았던 반례들이 존재했으나 제외됨
  • 이로 인해 그의 가설은 과도하게 단순화된 설명이라는 과학적 비판을 받게 됨

지방은 정말 사람을 살찌게 할까?

안셀 키스(Ancel Keys)는 동맥경화를 유발한다고 본 지방이, 사람을 살찌게 하는 주범이라고도 생각했다. 지방은 1그램당 9칼로리 이상을 갖고 있는데, 이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각 1g당 약 4칼로리)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이유로 영양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지방이 적은 식단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져 왔다. 즉, 지방을 먹으면 몸에 지방이 쌓인다는 단순한 공식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가장 재치 있게 설명한 인물은 아마도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일 것이다. 그는 슈퍼마켓에서 ‘지방 함량’ 표시를 보고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Fat content… 사람들이 ‘지방 함량!’을 보는 순간, ‘아, 지방이 들었잖아! 그럼 내 몸에도 들어가는 거야아아아!’”

영어 단어 'Fat'이 가진 불행한 동음이의어성은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하나의 단어가 음식 속 **지방(fat)**과 몸에 쌓인 **체지방(fat)**을 동시에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 둘을 쉽게 분리하지 못한다. 식이 지방이 살을 찌운다는 두려움은 1920년대 미국에서 이미 시작되었는데, 이는 중산층의 날씬함에 대한 미적 기준과 생활양식 변화, 그리고 보험회사들이 신체 조건(키, 몸무게)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에는 체중 감량을 위한 다양한 이론이 있었고, 열량을 줄이는 방법이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고칼로리인 지방이 타깃이 되었다. 그 이후로 지방은 형태를 불문하고 피해야 할 존재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수많은 실험들이 이후 밝혀낸 것은 지방 섭취 제한이 오히려 체중 감소에 효과가 없거나, 반대로 역효과를 낸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지방’**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모순어법(oxymoron)**처럼 느껴진다.


식이 지방과 심장 질환에 대해, 키스는 국제 사례가 자신의 가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인지했다. 그의 초기 논문들에는 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북극의 에스키모, 그리고 미국의 나바호 인디언 등 자신의 이론과 상충하는 세계 각국의 사례에 반박하려는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다행히도 핀란드와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자신의 가설과 일치하는 예비 데이터를 발견했고, 이것이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려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학계에서 실험실 연구에 매진하던 그의 경쟁자들과 달리, 키스는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상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1950년대 초부터 키스는 부인 마거릿과 함께 남아프리카, 사르디니아,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를 방문하며, 그 지역 사람들의 식단의 지방 함량과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사했다. 핀란드의 외딴 벌목 캠프에서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 심장 질환이 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일본에서는 어부와 농민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했다. 또한 미국에 이주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그는 특히 지중해 지역 국가들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이 지역은 심장병 발병률이 매우 낮다는 소문을 듣고 1953년 나폴리와 마드리드를 직접 방문했다. 그는 이곳 남성 소수 샘플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고 심전도 검사를 실시한 뒤, 이들 도시의 심장병 발생률이 미국보다 훨씬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 나아가, 그는 국가별 심장병 사망률 차이가 이렇게 큰 이상, 유전이나 노화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원인은 식단에 있다고 확신했다. 마사이족을 관찰한 매너(Mann)도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키스는 원인이 다르다고 보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현재로서는 식단에서 지방만이 문제로 보인다.”

1957년, 키스는 미국인의 혈관 상태가 “지방이 풍부한 식단과 수많은 고지방 식사의 장기적인 결과”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거로 핀란드 벌목공들을 들며,

“식빵 크기만 한 치즈 위에 버터를 발라 먹고, 맥주로 그걸 넘기고 있었다”
고 묘사하며, 이는 심장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이 여행들에서 단지 소수의 남성들만 관찰했을 뿐이고, 이들의 식단을 정확히 측정할 방법도 없었다. 그럼에도 키스는 “총 지방 섭취량이 심장 질환에 분명한 주요 요인”이라고 확신을 담아 썼다. 이는 결국 그가 애초에 찾고자 했던 결론이었기에, 그렇게 확신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후 그는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남아프리카부터 스웨덴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이들은 대체로 키스의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비록 관찰 인원은 극히 소수였지만, 키스는 이 빈약한 데이터를 교묘하게 엮어내어 설득력 있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안셀 키스의 제2차 세계대전 관찰과 '포화지방' 가설의 강화

안셀 키스(Ancel Keys)는 자신의 '다이어트-심장 가설'을 강화하는 데 있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에서의 놀라운 관찰 결과를 하나의 강력한 근거로 삼았다. 그것은 바로 전쟁 기간 동안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했다가,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증가했다는 사실이었다.

키스는 이 현상의 원인을 식량 부족, 특히 고기, 달걀, 유제품의 부족에서 찾았다. 하지만 당시 다른 학자들은 다른 가능성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전쟁 중에는 설탕과 밀가루 또한 부족했고, 자동차 연료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덜 마시게 되었으며, 사람들은 도보나 자전거 이동 등으로 더 많은 운동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스는 이러한 대안적 설명들을 전면적으로 무시했다.


1950년대 중반: ‘총 지방량’에서 ‘지방의 종류’로 초점 이동

1950년대 중반이 되자 키스는 '총 지방 섭취량'이 심장병의 주된 원인이라는 기존 주장에서 점차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는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후의 논문들에서는 점점 더 지방의 '종류', 특히 포화지방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주장에 집중했다.

이러한 결론은 1957년과 1958년, 미네소타 병원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짧은 실험들을 통해 도출되었다. 그는 이 환자들에게 **포화지방(동물성 지방)**을 먹였을 때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식물성 기름을 섭취하게 했을 때는 수치가 내려간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이미 아렌스(Ahrens)와 다른 연구자들이 보고한 결과와 일치했다.


1957년: '키스 방정식(Keys Equation)'의 등장

그 결과 키스는 1957년에 여러 의학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포화지방을 줄이면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키스 방정식(Keys Equation)’**이라는 수학 공식까지 발표했는데,
이는 식단에서 섭취한 포화지방, 다불포화지방, 콜레스테롤의 양에 따라 집단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얼마나 올라가거나 내려가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공식이었다.

이 방정식은 당시 영양학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으며, 사람들이 복잡한 생물학 대신 ‘간단한 답’을 원하던 시대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졌다.

아렌스는 인간 생물학의 복잡성 앞에서 겸손할 것을 동료 연구자들에게 당부하며,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의 존재를 강조했다. 그러나 키스는 이 복잡성을 단순하고 확실한 설명으로 환원시켰다.


결국, 키스는 포화지방을 모든 식이 악의 근원으로 지목하게 된다.

그는 여전히 전체 지방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믿었지만, 일단 ‘포화지방이 진짜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한 뒤로는, 그 이론 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달걀, 유제품, 육류, 그리고 모든 눈에 보이는 지방을 끊을 것을 권했으며, 그렇게 하면 심장병은 '매우 드문 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동물성 지방을 급격히 줄이고, 식물성 기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처럼 키스는 제한된 실험과 관찰에 기반하여, 심장병 예방의 해답으로서 ‘포화지방 제거’를 대중에게 강력하게 주입했고, 이 믿음은 이후 수십 년간 영양학과 식품정책을 지배하게 된다.

 

폴리불포화 지방의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심장마비와 키스의 부상

1955년 9월 23일,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첫 번째 심장마비를 겪으면서, 안셀 키스(Ancel Keys)의 이론은 전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대통령의 주치의 폴 더들리 화이트(Paul Dudley White) 박사는 콜로라도 덴버로 급히 날아갔다. 화이트는 심장병 유행이 시작되던 1900년대 초반부터 이를 관찰해온 인물로, 1931년 심장 질환에 관한 고전적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미국심장협회(AHA)의 6명 창립자 중 한 명이었다. 또한 그는 **1948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함께 국립심장연구소(NHI)**를 NIH 산하 기관으로 설립하는 데도 관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권위자였으며, 심장학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키스는 권력자들과 관계를 잘 맺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왔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전투식량인 K레이션 개발 책임자로 선정되기 위해 1939~1943년 국방부 장관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화이트 또한 키스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이었고, 실제로 키스는 그를 설득하여 하와이, 일본, 러시아, 이탈리아 등지로의 식이 조사 여행에 동참시켰다. 이 여행들 속에서 화이트 박사는 키스의 이론에 점차 설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젠하워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다음 날, 화이트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대중에게 심장병과 그 예방에 대해 명확하고 권위 있는 설명을 제공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권장했다:

  • 흡연을 중단하라,
  • 스트레스를 줄여라,
  •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라는 것이다.

이후 수개월 동안 화이트는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계속 보고했고, 뉴욕타임스 지면에도 수차례 등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1면에 직접 기고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 글에서 언급된 연구자는 단 한 명, 바로 안셀 키스였으며, 그의 연구는 “탁월하다”고 극찬받았다. 또한 키스의 식이 이론은 장문의 인용으로 소개되었다.

그 결과, 당시 중년 미국 남성들이 이 사건을 통해 최소한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식이 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나라 최고의 의사들이 권장하는 길’이라는 점이었다.

아이젠하워 본인도 자신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집착하게 되었고, 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은 철저히 피했다. 1958년 출시된 다불포화 지방 마가린으로 식단을 바꿨고, 아침식사는 멜바 토스트로 간단히 해결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1969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한편, 키스는 자신의 그래프와 데이터를 전 세계 학계에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1957년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풍부한 지방 식단과 무수한 고지방 식사가, 대다수 심장병 사례의 유력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 무렵 키스는 이미 영양학계에서 상당한 추종자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모든 이가 그의 주장에 수긍한 것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생물통계학과를 창설한 제이콥 예루샬미(Jacob Yerushalmy)**는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195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키스의 발표를 직접 들었다. 예루샬미는 키스의 데이터에 의문을 품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 제네바 현지 주민들도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병으로 거의 사망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이른바 ‘프랑스 역설(French Paradox)’, 즉 지방을 많이 먹는 프랑스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와 유사한 현상이었고, 예루샬미는 이를 **‘스위스 역설(Swiss Paradox)’**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1955년 당시 국가별 식이 및 사망률 데이터를 보유한 22개국 전체를 살펴보면, 이 같은 ‘역설’은 서독,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도 관찰되었다.

예루샬미는 이를 단순한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기존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명확한 데이터 지점들로 보았다. 즉,

“이것은 패턴에서 벗어난 이상치가 아니라, 다른 설명을 요구하는 정당한 증거들이다.”

라고 판단했다.

이 그래프는 **예루샬미(Jacob Yerushalmy)와 힐레보(Herman Hilleboe)**가 1957년에 발표한 연구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으로, 안셀 키스의 “지방 → 심장병” 이론에 대한 반론적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제목:
"1950년, 55–59세 남성의 동맥경화성 및 퇴행성 심장 질환 사망률과 총 섭취 열량 중 지방 비율"
(Mortality from Arteriosclerotic and Degenerative Heart Disease and Percent of Total Calories from Fat – Males age 55–59, 1950)

X축:

  • 지방 열량의 비율 (% of Total Calories from Fat)

Y축:

  • 심장 질환 사망률 (Mortality per 100,000)

 

  • 분산이 크다: 지방 섭취율이 비슷해도 심장병 사망률이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국가들이 많음
    예:
    • 스위스(20): 지방 섭취율 높지만 사망률 낮음
    • 미국(22): 지방 섭취율도 높고 사망률도 높음
    • 노르웨이(17) vs 프랑스(8): 비슷한 섭취량 대비 사망률 차이 존재
  • 일관된 상관관계 없음: 키스의 그래프처럼 직선 또는 곡선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음
  • 이질성 강조: 이는 **“지방 섭취 → 심장병”**이라는 단순 인과관계를 부정하거나, 최소한 의문을 제기하는 매우 강력한 근거 자료로 해석된다.

 

예루샬미와 힐레보의 이 연구는 다양한 국가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반증 사례이며, 안셀 키스가 자신에게 유리한 국가들만 선택해 ‘육점 그래프’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지지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이 그래프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한다:

  • **“고지방 식단 = 높은 심장병 사망률”**이라는 단순 이론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지 않는다.
  • 심장병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식단 외에도 유전, 환경, 운동, 스트레스 등이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

예루샬미의 반박과 ‘일곱 나라 연구’의 탄생

안셀 키스(Ancel Keys)의 지방-심장병 가설에 대한 비판은, 그가 선택한 데이터의 편향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57년, 예루샬미(Jacob Yerushalmy)와 힐레보(Herman E. Hilleboe)는 키스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특정 6개국만을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예루샬미는 심장병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 인구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
  • 담배 판매량,
  • 단백질 소비량,
  • 설탕 소비량 등은 모두 일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국가의 부(富)**였다.

즉, 20세기 중반의 경제성장과 함께 증가한 모든 요소들—고기, 설탕, 자동차 배기가스, 마가린 등—이 심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이 지방만을 지목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라고 보았다.

예루샬미와 힐레보는 22개국 전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그래프를 만들었다. 그 결과, 키스가 제시한 선형 상관관계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마치 잭슨 폴록의 추상화 같은, 무작위로 흩뿌려진 점들의 집합뿐이었다.

이 혼란스러운 결과는 키스에게는 반가울 리 없었다.

키스의 오랜 동료였던 헨리 블랙번(Henry Blackburn)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 연구가 발표되었을 때 실험실 분위기를 기억한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

예루샬미의 비판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강력했고, 후에 **마사이족 연구를 진행한 조지 V. 맨(George V. Mann)**은 이 반박이 키스 이론에 "치명타"가 되길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키스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Journal of Chronic Diseases』에 반박문을 실었고, 그 안에서 예루샬미와 힐레보의 데이터는 부정확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전쟁 직후 유럽 국가들이 수집한 통계자료는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는데, 이 주장은 일정 부분 사실이었다.

실제로, 국가마다 ‘심장병’이라는 사인을 사망진단서에 얼마나 자주 기입하느냐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1964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의사들은 동일한 건강 기록을 본 후에도, 영국 의사보다 33%, 노르웨이 의사보다 50% 더 자주 심장병으로 진단을 내렸다.

이처럼, 국제 비교 통계 자체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키스는 자기 주장을 위해 여전히 동일한 국가 통계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아무도 그의 이중 잣대(double standard)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박문에서 키스는 또 다른 비판도 덧붙였다. 그는 힐레보가 “긍정적 결론보다는 부정적 결론에 더 치우쳐 있다”고 주장하며,

“나는 힐레보 박사가 인간의 죽상동맥경화증 발병과 식이 지방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라고 썼다.

요약하자면, 키스는 자신의 가설이 “틀렸다”는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는 옳다고 간주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 점에서 그는 과학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과학은 사법제도와는 다르다. 미국 법체계에서는 피고는 무죄로 추정되지만, 과학에서는 그 반대다.
가설은 '참'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상당한 증거가 축적되어야 하며, 그 증거가 충분해도 ‘절대적 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증거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키스는 자신의 가설을 형성 단계부터 확신했고, 상반된 증거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그가 과학적 원칙보다는 이론을 수호하는 데 집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결국, 1955년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동료 학자들의 회의적인 반응은 키스에게 치욕이자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블랙번은 이를 “키스의 삶에서 전환점(pivotal moment)”이라고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때 한바탕 얻어맞고 난 뒤, 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좋아, 두고 보라고. 내가 증명해 보이겠어.’”

그리고 그는 곧바로 **‘일곱 나라 연구(Seven Countries Study)’**를 기획하게 된다.

 

일곱 나라 연구(The Seven Countries Study)

키스(Ancel Keys)가 아내 마거릿과 함께 세계를 돌며 했던 초기 식이 조사는 일종의 관찰 여행에 가까웠지만, **‘일곱 나라 연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실행된 본격적인 다국가 역학 연구였다.

그는 국가 통계의 불확실성과 편향성을 극복하고자,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데이터를 표준화함으로써 식단과 심장병 사이의 논쟁에 결정적인 종지부를 찍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연구는 1956년 미국 공중보건국으로부터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인 연간 2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작되었다.
키스는 이탈리아,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핀란드, 네덜란드, 일본, 미국의 농촌 지역에서 중년 남성 약 1만 2,700명을 추적 관찰할 계획을 세웠다.


표본 국가 선정의 편향성

그러나 비판자들은 지적했다. 만약 키스가 예루샬미의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스위스,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그의 이론에 도전할 만한 나라들도 선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는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만 선택했다. 이는 연구의 기본 원칙인 **무작위성(randomization)**을 위배하는 것이었다.

블랙번(Henry Blackburn)에 따르면, 키스는 “식이와 사망률 간 대조가 나타날 만한 곳”, 더 나아가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역”을 선정했다고 한다. 키스가 프랑스나 스위스를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배제했다는 말도 나왔다.


전후 유럽의 특수 상황

조사 대상이 된 1958~1964년의 지중해 지역은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극심한 빈곤 상태였다.

  • 그리스,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는 전쟁과 파시스트 체제에서 갓 벗어난 상태였고,
  •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해외로 이주했다.
  • 사람들이 조사 대상이 된 시점은 영양적으로 극도로 결핍된 상태였고,
  • 그들이 자라던 시기의 식단, 혹은 산모의 영양 상태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한시적인 조건에서 얻은 데이터가 과연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는 데 적절했을지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조사 방식 및 초기 결과

조사팀은 각국의 농촌 마을을 돌며 중년 남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식습관, 흡연 여부 등을 측정했다.
이 중 일부 남성의 식단은 일주일간 기록되어 실험실에서 화학 분석되었다.

1970년,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HA)**에서 211페이지짜리 보고서로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이 연구는 7권의 책과 600편 이상의 논문, 그리고 2004년까지 백만 건에 가까운 인용을 기록할 정도로 의학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키스가 얻은 결론과 그에 대한 의문

키스는 자신이 기대한 대로, 포화지방 섭취량과 심장병 사망률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 핀란드 북카렐리아 지방: 육류와 유제품이 많은 식단 → 10년간 인구 10,000명당 992명이 심장병 사망
  • 그리스의 크레타와 코르푸 섬: 올리브유 중심의 저지방 식단 → 10년간 9명만 사망
  • 이탈리아: 290명 사망
  • 미국 철도 노동자: 570명 사망

키스는 이 데이터를 통해, 심장병이 유전이나 노화 같은 불가피한 운명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내부 불일치와 모순

하지만 연구 내부에서도 키스의 가설을 흔드는 모순된 결과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예를 들어:

  • 핀란드 동부와 서부식단과 생활방식이 거의 동일했음에도 사망률은 3배 이상 차이났고,
  • 코르푸 섬 사람들은 크레타 섬보다 포화지방을 덜 먹었지만 심장병 사망률은 더 높았다.

즉, 국가 간 비교에서는 상관관계가 보이지만, 국가 내부에서는 이 상관관계가 깨졌다.


15년 후, 결론은 더 모호해짐

1984년, 키스는 다시 한 번 7개국의 조사 대상을 추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화지방 섭취량으로는 심장병 사망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키스는 조사 범위를 심장병 사망률이 아닌 ‘전체 사망률’로 확장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심장마비만 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사는가가 진짜 질문이기 때문이다.”
“저지방 식단이 심장병은 막아주지만 암에 걸리게 만든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러나 일곱 나라 연구의 실제 데이터는, 포화지방 섭취가 낮은 사람들이 전체 사망률에서도 유리하지 않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단지 다른 병으로 사망했을 뿐이었다.

결국, 가장 오래 산 사람들은 그리스인과 미국인이었으며,
이들의 장수는 섭취한 지방의 양, 포화지방의 비율, 콜레스테롤 수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영양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

12,770명의 조사 대상 중 식단 데이터를 수집한 사람은 단 499명,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심지어 나라마다 조사 방식도 통일되지 않았다.

  • 미국: 남성 중 1.5%에 대해 하루치 식사만 기록
  • 다른 나라들: 최대 7일간 기록
  • 조리 전 재료를 기록한 경우도 있고, 조리 후 식사를 기록한 경우도 있음
  • 일관된 방식이 없었다.

요약하자면, 일곱 나라 연구는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된 대규모 연구였으며, 심장병이 피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공헌이 크다.
그러나, 포화지방과 심장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명확한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수많은 방법론적 한계와 모순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중해 식단의 대표 사례, 크레타의 식단 조사 오류

나는 ‘지중해 식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그리스의 식단 자료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놀랍고도 심각한 오류를 하나 발견했다.
키스는 크레타와 코르푸 섬에서 계절별 식단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차례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중 한 번의 크레타 식단 조사가 사순절 기간(40일 금식 기간)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시점에 이루어진 조사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한 동시대 관찰자는 이렇게 기록했다.

“그리스 정교회의 금식은 매우 엄격하며, 생선, 치즈, 계란, 버터를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을 금한다.

이러한 금식 기간에는 포화지방의 주요 공급원이 철저히 배제된다.
실제로 2000~2001년 크레타에서 시행된 한 연구는, 사순절 동안 포화지방 섭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키스는 자신의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간단히 언급했지만, 곧바로 “사순절을 엄격히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다”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검증 자료는 없었고, 그리스 식단을 분석한 주요 논문에서는 이 사실조차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후에 크레타 대학의 연구자 두 명이 당시 그리스 조사 책임자를 찾아내 확인한 결과,

“당시 크레타 조사 대상자의 약 60%가 금식 중이었으며,
금식자와 비금식자 사이의 구분은 전혀 시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5년 『Public Health Nutrition』에 발표된 이 내용은 연구자들조차

“놀랍고 심각한 누락”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미 40년이 지나버린 후였다.


키스 측의 대응과 회피

나는 이 사실을 확인한 후, ‘일곱 나라 연구’의 영양 부문 책임자였던 네덜란드의 다안 크롬하우트(Daan Kromhout) 교수에게 연락했다.
그는 현재도 보건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다소 민망한 기색을 보이며, 당시 식이 조사 기술이 미비했음을 강조했다.

“이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조사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항상 이상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해명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사 결과가 지난 50년간 우리의 식단 권고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은폐된 자료와 기술적 문제들

키스는 자신의 식단 자료를 미국이나 영국의 주요 저널이 아닌, 네덜란드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학술지 『Voeding』에 게재함으로써 사실상 눈에 띄지 않도록 처리했다.

그의 논문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들이 암시적으로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서는 식품 중 지방 성분을 분석할 때 세 가지 서로 다른 화학적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 분석 결과들끼리도 일치하지 않았으며,

“어떤 방식이 가장 정확한지를 확정할 수 없었다”고 키스 본인이 적고 있다.

그러나 『일곱 나라 연구』의 최종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한계나 오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학계는 수십 년 동안 이 자료를 거의 비판 없이 수용했다.

내가 직접 여러 논문을 추적하면서 느낀 점은, 키스는 이 연구의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자료상의 문제를 최대한 감추려 했고,

만약 그 문제가 그 당시에 공론화되었더라면, 이 연구는 출판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구조적 한계: 상관관계, 그러나 인과관계는 아님

이 연구는 역학(epidemiology) 조사였다. 즉, **상관관계(association)**만을 보여줄 수 있고, **인과관계(causation)**는 입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연구는

“동물성 지방 섭취가 낮은 식단과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현상은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은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식단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결론은 내릴 수 없다.

실제로 키스의 연구에서 나타난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국가들에서는 식단 외에도 다양한 생활 습관, 환경 요인, 유전적 배경 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다른 변수들은 배제되거나 통제되지 않았다.


요약

  • 사순절 기간에 식단 조사를 한 것은, 포화지방 섭취량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한 중대한 오류다.
  • 키스는 이 사실을 기술적으로 숨기거나, 부정확한 방식으로 처리했다.
  • 식이 데이터의 수집 방식도 나라별로 일관되지 않았고, 분석법도 통일되지 않았다.
  • 그럼에도 이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영양 정책의 기초로 활용되었다.
  •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상관관계만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일곱 나라 연구’는 결코 절대적인 권위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며,
그 결과에 기반한 영양 지침들도 신중히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설탕: 대안적 설명일까?

1999년, ‘일곱 나라 연구’의 이탈리아 측 책임 연구원이었던 알레산드로 메노티는 연구 대상자 12,770명의 데이터를 25년 만에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강하게 **관상동맥질환 사망률과 연관된 식품군은 ‘단 음식(sweets)’**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단 음식이란 설탕 가공 식품과 페이스트리류를 말하며, 이들의 상관계수는 무려 0.821이었다.
(상관계수가 1.0이면 완전한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만약 메노티가 초콜릿,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도 단 음식으로 분류했다면, 이 수치는 더 높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코딩하기엔 너무 번거롭다”는 이유로 이를 제외했다.

반면, 버터·고기·계란·마가린·라드·우유·치즈 등으로 분류된 ‘동물성 식품군’은 0.798의 상관계수를 보였다.
마가린은 원래 식물성 기름에서 만들어지지만, 당시 연구자들은 외형이 버터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동물성 식품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마가린을 제외했다면 이 수치는 더 낮아졌을 것이다.


설탕설을 배격한 앤설 키스

설탕이 심장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은 앤설 키스의 ‘지질설’에 맞서는 주요 대안이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키스는 런던 퀸엘리자베스대학의 생리학 교수 존 유드킨(John Yudkin)과 공개적인 논쟁을 벌였다.
유드킨은 당시 ‘설탕설’의 대표 주자였다.

하지만 키스는 설탕설에 매우 적대적이었다. 당시 ‘일곱 나라 연구’ 영양책임자였던 **다안 크롬하우트(Daan Kromhout)**에 따르면,

“왜 그렇게 설탕에 반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키스는 자신이 지방산과 동맥경화의 관계를 발견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 관점에서 바라봤다”고 했다.
“그는 매우 추진력 있는 인물이었고, 자신의 관점 외에는 잘 수용하지 않았다.”

키스는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공격적일 정도로 비난을 퍼붓는 성향도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유드킨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산더미”라고 표현했고,

“유드킨과 그 상업 후원자들은 사실과 상관없이 이미 폐기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자신의 데이터로 설탕설을 반박하려 한 키스

1971년, 스웨덴 연구자가 ‘설탕이 사망률 차이를 설명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하자,
키스는 지방 섭취만으로도 심장질환의 변화를 완벽히 설명할 수 있다는 회귀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설탕이 추가적인 영향력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설탕만을 기준으로 회귀분석한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메노티가 나중에 이 분석을 진행했다.)

키스는 이 데이터를 논문이 아닌 서신 형식으로 발표했고, 원시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아 검증이 불가능했다.


“설탕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메노티는 후에 이렇게 밝혔다.

“우리(일곱 나라 연구진) 사이에서 설탕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데이터를 보고했을 뿐이고,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식단을 완벽하게 평가한다 하더라도, 관찰 역학(epidemiology)은 특정 식품이 수십 년 후 질병을 유발했는지를 절대 확정할 수 없다.

역학은 원래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감염병을 추적하기 위해 개발된 학문이다.
예를 들어, 수인성 질병의 경우는 명확한 원인을 추적할 수 있지만,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은 수십 년 동안 누적되는 수천 개의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인과관계 규명이 매우 어렵다.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는 역학이 성공한 대표 사례지만,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30배 이상 높았고,
반면 포화지방의 경우는 고작 2배 정도 차이였다.
게다가 포화지방 소비 증가가 심장병 증가와 일관되게 비례하지도 않았다.
이런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의 부재는 약한 근거임을 나타낸다.


과학이 아니라 ‘주장’으로 굳어진 역학 결과

그럼에도 역학연구는 현실적으로 임상시험보다 훨씬 저렴하고 실행 가능했기 때문에,
식이요법 관련 지침 수립에 사실상 유일한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
키스는 이런 역학적 증거를 공공정책에 도입한 선구자였다.

키스는 연구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대중적 명성과 후속 연구자금 확보를 위해
결과의 한계나 오류를 숨기고 핵심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포화지방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장병에 걸린다.”

이제 ‘일곱 나라 연구’라는 거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그는 어떠한 비판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타임지는 당시 한 의사의 말을 인용했다.

“키스에게 질문을 하면 이렇게 되돌아온다. ‘나는 5,000명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 너는 몇 명인가?’”


의심은 금기, 회의론자들의 침묵

과학자들은 당연히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러나 키스의 방대한 데이터와 명성은 반론을 압도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된 스웨덴의 의사 **우페 라브스코프(Uffe Ravnskov)**는
2000년 『콜레스테롤 신화(Cholesterol Myths)』라는 책을 통해 키스 이론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2005년 코펜하겐 근처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그는

“식이 콜레스테롤 → 혈중 콜레스테롤 → 심장병, 이 경로는 정말로 증명된 건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100명이 넘는 학자들이 고개를 ‘칙칙칙’ 흔들었고,
사회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질문.”

이 장면은 영양학계의 닫힌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키스의 권위에 눌린 수많은 과학자들

이전까지도 많은 유명 과학자들이 키스의 이론에 반대했지만,
1980년대 말까지는 거의 대부분 침묵하거나, 은퇴하거나, 지쳐서 포기했다.

라브스코프는 이전 세대 회의론자들의 마지막 불씨였다.
그들 중에는 JAMA(미국의학협회지) 편집장을 포함해,
해당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연구자들도 있었지만,

  • 학회 초청에서 제외되고
  • 논문 게재가 거부되고
  • 연구비와 명예를 잃으며 사실상 학계를 떠나야만 했다.

어떤 이는 명예 훼손이나 개인적인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고,
결국 과학자로서 자신의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요약: “영양학은 위대한 인물 한 명의 역사였다”

우리는 보통 과학이 이성적인 논쟁과 검증을 통해 진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양학의 역사는 그보다는 오히려 ‘위대한 인물(Ancel Keys)’이 끌고 간 역사에 가깝다.

앤설 키스는 영양학이라는 배의 선장이었고,
그의 주장과 설득력, 카리스마, 추진력은 학문적 질의와 반론조차 묵살하는 데 충분했다.

그로 인해 오늘날의 식이요법과 대중의 믿음은 지방보다 설탕을 덜 경계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었는지도 모른다.

 

I.
1960년대 후반부터 심장병 사망률은 감소했으나, 이는 더 발전된 의료기술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
심장병의 발생률 자체가 줄어들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으며, 여전히 미국 남녀 사망 원인 1위로, 연간 6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Lloyd-Jones 외, 2009)

II.
‘심장병’은 다양한 심장 관련 질병을 포괄하는 용어로,

  • 허혈성 심장질환
  • 심근병증
  • 심장근육 염증
  • 고혈압성 심장병 등이 포함된다.
    1950년대 연구자들이 주로 주목한 것은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으로, 동맥에 플라크가 쌓이는 질병이다.

III.
당시 많은 동물 실험은 콜레스테롤이 산화되지 않도록 처리하지 않아 결과가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화된 콜레스테롤은 플라크를 더 쉽게 유발함) (Smith, 1980)

IV.
이 연구는 이전 콜레스테롤 관련 실험들에서 흔히 있었던 기초 콜레스테롤 수치 부재 등 방법론적 문제를 처음으로 바로잡은 사례다.

V.
키스는 해당 실험의 참여 인원수나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과학적 표준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VI.
키스는 자신의 초기 ‘식이-심장병’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노르웨이, 독일 등에서의 지방 소비 증가와 심장병 유행 사이의 추세를 들었다.

VII.
키스는 비만이 심장병과 관련 없다고 생각했으며, 이와 관련한 연구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비만과 심장병 사이의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졌다. (Symposium on Atherosclerosis, 1954)

VIII.
키스는 1957~1958년 사이에 최상위급 학술지에 최소 2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펼쳤다.

IX.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일 4갑의 헤비 스모커였으며, 이것이 심장병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그는 첫 심장마비 전 5년간 금연했지만, 과거 흡연은 여전히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X.
블랙번은 훗날 “여러 증거 중 단지 6개국 도표만으로 키스를 비판한 것은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57년 당시 키스가 제시한 증거는 전쟁 시기의 사망률 감소핀란드·일본 일부 미공개 자료뿐이었고,
그의 주요 논문은 경쟁 이론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고 실증 근거는 부족했다. (Blackburn and Labarthe, 2012)

XI.
역학연구란 특정 인구 집단의 식습관, 흡연 등 요인을 측정하고, 건강 결과(심장마비, 암 등)와의 연관성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노인층이 주로 대상이 되며, 흡연-폐암처럼 극명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 유효하다.

XII.
키스는 이전에 발표한 논문이 ‘Voeding’이라는 네덜란드 저널에 실려 전 세계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해당 저널은 네덜란드 내에서도 영양학자만 주로 읽는 소규모 학술지였다. (Kromhout 외, 1994)

XIII.
역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효과 크기(effect size)”**로 표현한다.
키스가 발견한 효과 크기는 매우 낮은 수준이며,
2012년 발표된 적색육의 만성질환 연관성 논문 등도 마찬가지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Pan 외, 2012)

XIV.
『미국의학협회지(JAMA)』 전 편집장 에드워드 핀크니는 1973년 『콜레스테롤 논쟁』이라는 책을 펴냈고,
1988년에는 식이-심장병 가설을 과학적으로 비판한 가장 철저한 리뷰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Pinckney & Pinckney, 1973; Smith & Pinckney, 1988)

반응형